역시 새로운 곳에서는 시간이 참 잘도 간다.
Time, flowing like a river
하지만, 익숙해지는 순간부터 시간은 다시 더디게 흐르고.
처음 도착했을때만해도 이곳에 3일 정도만 머물 생각이었다.
하지만, 라빠스광장에서 볼 수있는 젊은이들의 활기찬 분위기(주립대학이 하나 있어서 나이많은 사람들보다는 젊은이들이 많다)와
몇번을 걸어도 질리지 않는 (골목들 사이사이로 보이는) 원색의 다양한 모양을 한 건물들의 독특한 매력에 사로잡힌 난,
한달가량 지낼 집을 계약하게 되었다. (완전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사실 한달가량 지내면서 오랫동안 갈망해오던 스패니쉬를 배워보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10월 14일부터 시작해 2주간 있을 '국제 세르반떼스 축제(Festival International Cervantino)'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기도 했다.
거리는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열기로 낮부터 술렁거린다.

군복 같은 옷을 입은 밴드마스터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시끄럽게 행진을 하고 그 뒤를 좇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을 하루에 서너번씩은 볼 수 있다(내가 머무는 집은 다행 -혹은 불행- 히도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는 길가에 창이 있어서 자주 그러한 행렬을 볼 수 있다).
이미 해가 중천에 떴을 즈음, 난 간단히 세수만 하고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는 밖으로 나간다.
하루 일과는 그렇게 시작된다.
간단히 시리얼을 먹거나 어제 만들어놓은 볶음밥을 후라이펜에 대워먹는 방식으로 한끼를 떼우고는 특별한 이유없이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밖으로 나간다.
그럴때마다 마주치는 낯이 익은 사람들과 눈인사 또는 "Hola" 라는 말로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 이제 자연스러워졌지만, 내가 지금도 눈을 피하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건 바로 구걸을 하는 할머니와 쓰레기통을 뒤지는 아저씨.

이분들을 지나칠때마다 나는 마치 죄지은 사람마냥 고개를 숙이고는 재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지나친다.
그냥 얼마 주면 되지 않느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몇푼의 동정이 결코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것을 이미 인도와 캄보디아를 비롯한 다른 여러나라에서 경험한 나는 죄인처럼 그들을 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 이건 내 잘못도 아니며, 내 책임도 아니다. 내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 미안해 하려면 오히려 메히꼬 사람들이 미안해 해야지. 그들은 같은 민족이 아니던가. 같은 동네에 사는 그들조차도 저들을 외면하는데 나라고 구지 착한 사마리아인이나 법 없이도 살것 같은 이미지를 지닌 이승기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매일 매일 그들을 마주칠때마다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X싼 뒤 휴지가 모자라 X닦다 만 후의 그런 느낌처럼 여전히 남아있는 이 찝찝하고 씁스러운 마음을 한동안 짊어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그간의 여행을 통해 이미 난 알고있다.
솔직히 난 당신들을 구제하러 온 돈많은 이웃나라 왕자님도 아니며, 그렇다고 착한 바보온달도 아니다.
언젠가부터 당신들의 삶의 모습이 나에겐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미안하고...
그래서 오늘도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



덧글
2009/10/07 09:5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Noma 2009/10/08 10:50 #
그냥 생각하는거야. 미안한 마음의 단계도, 불쌍한 마음의 단계도, 이미 지났지 싶다.그저 생각하는 중.
내가 저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