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7살때던가,
공공칠삼춘(누이와 난 배를 타는 큰외삼춘을 그렇게 불렀다)이 사다준 미제초콜릿을 어머니가 다락방에 숨기셨지만 나의 레이다를 벗어날 순 없었다. 시도때도없이 하나둘씩 꺼내먹다가 결국은 충치가 생기고 말았다. (난 그때나 지금이나 규칙적으로 이를 닦지는 않는다 -_-)
통증이 밀려왔지만 (누구나가 그랬듯이) 치과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난, 어머니께 말은 못하고 밤새 끙끙 앓고있는데 그런 나를 아버지가 보셨나보다.
다음날 아침 어머니가 바나나를 사러 시장에 가자고 하시는거다.
난 순진한 어린이답게(-_-) 어머니를 따라갔고, 결국 어머니와 내가 도착한 곳은 시장 바로 옆 건물 2층에 위치한 치과.
어머니는 내가 도망갈 것을 미리 예상하시고는 치과에 도착하자마자 빤스만 남겨놓고는 내 옷을 모두 벗겨버렸지만,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잽싸게 병원을 뛰쳐나와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시장통 몇바퀴를 돌았는지 모른다.
결국 등치큰 의사선생님께 난 목덜미를 잡히고 말았고, 난 눈믈을 글썽이며 원망스런 눈초리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이렇게 외쳤다.
"바나나 사준다매...빵꾸똥꾸...ㅠㅜ"
(참고) "빵꾸똥꾸"는 요즈음 내가 유투브를 통해 애청하고있는 '지붕뚫고 하이킥'에 나오는 아역 혜미의 유행어로서 최근 나에게 꽃힌 유행어다.
#2. 일주일을 참았다.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도 이렇게 참다보면 고통이 지나갈줄 알았다.
그렇게 참기를 딱 일주일이 되던 오늘, 나는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치과를 찾았다.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때 충치가 생긴 곳을 치료했는데 그때 의사선생님의 주의사항을 무시해버리고는 내멋대로 먹고마신 덕에 신경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미국에 살때에도 병원이라는 곳을 가본 적이 없다. (타국의 병원은 더더욱 낯설게만 느껴진다)
이미 성인이 된 우리들에게 아직까지도 병원이라는 곳은 소독냄새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던가.
더더군다나 지금 난 배낭여행중이며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멕시코의 시골동네에 와있단 말이다.
치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이곳 같은 숙소에 머무는 멕시코 친구를 통해 들었지만(딱 한군데.. -_-), 그곳에 수염이 덥수룩한 의사쌤이 한손에는 묵직한 망치와 또 한손에는 뺀치(한국말로 뭐더라-_-)를 들고 날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상상만 자꾸 들어 두려운 생각만 앞섰다.
더더군다나 보험이라는 것이 적용될리없는 타국에서 먹을거 안먹으며 절약해도 부족할 이 상황에 적지않을 돈을 그렇게 날리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국 난 방바닥을 떼굴떼굴 굴러다닐만큼 강렬하게 찾아오는 통증을 참을 수가 없어 이곳에서 나와 친하게 지내는 이탈리아 친구 카타리나의 도움을 받아 치과로 향했다.
치과로 향하는 발걸음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고, 구원자라도 기다리는냥 난 계속해서 두리번거렸다.
치과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동굴같이 생긴 천장이었다.
치과라기보다는 역사박물관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영화상영관 같았다.
의외로 의사쌤은 여자(아줌마)였고, 이에 교정기를 끼고 있었다. (웬지모르게 빨강머리앤이 떠올랐다. 왜였지?)

영어를 전혀 못하는 의사선생님과 카타리나와의 대화가 시작되었고(이미 카타리나는 며칠전부터 내 증세를 봐오고 있던터라 의사선생님에게 내 증상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책상위의 컴퓨터 화면속 바탕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집 거실에서 찍은듯한 의사선생님의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속의 여자는 교정기를 하고있지 않았으며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사진이 나를 조금은 진정시킨 것 같다.
결국 카타리나의 설명을 모두 듣고 난 후, 마취주사를 시작으로 의사선생님의 치료가 시작되었다.
'기계소리는 한국이나 여기나 똑같구나'
이 기계소리가 사람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듯 싶다.
나는 치료를 하는내내 기계소리를 듣지 못하게 귀마개를 해주거나, 퀸의 음악이 흐르는 해드폰을 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나의 생각을 눈치라도 챘는지 의사선생님은 오디오를 키셨고, 오디오에서는 비발디의 '봄'이 흘러나왔다.
치료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두시간이 넘게 걸리는 동안 비발디의 (잔인한) 봄은 네번이나 지나갔고, 쿠션이 별로 없는 거치대에 누워있던 나는 엉덩이를 계속 비틀어댔지만 의사선생님은 아랑곳않고 치료를 하는내내 카타리나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그 모습이 사뭇 진지했기에 난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박쥐가 메달려 있을것만 같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두 손은 꼭 쥔 체.
(치료과정 중략... )
재미있었던 점 몇가지 중 두가지만 설명하자면 물컵에 자동으로 물이 따라지는 것이 아니라 입을 행굴때마다 의사선생님이 정수기에서 물을 떠서는 가져다주었다는 점과, 내 입을 자세히 보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돋보기안경이 달린 모자 (사진 참조)

그렇게 세시간에 가깝도록 지속된 긴장감이 흐르는 치료가 끝나고 밖으로 나온 난 카타리나에게 의사선생님이 뭘 그렇게 열심히 설명해주더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말을 하는 것이다.
내 이빨상태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둘이 유령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는 것이다.
이곳 구아나후아또에는 유령이 많다는 설이 있는데 치과선생님은 귀신을 철저히 신봉하는 사람이었고, 최근에 자기가 본 귀신에 대해 열변을 토하더라는 것이다.
뭐냐..;;
사뭇 진지해보였던 두 사람의 대화가 내 이치료와는 전혀 상관없는 귀신얘기였다니.. -_-;
이렇게 나의 멕시코치과의사선생님과의 처절했던 첫경험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근데 이러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나니 철없던 어린시절의 모습과 별반 다를바없는 나의 모습에 실실 웃음이 나온다.
지나고 나면 그 어느 것도 아무것도 아닌것을.



덧글
2009/10/15 09:0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Noma 2009/10/15 14:08 #
한국처럼 보험이 되는곳도 아니니 당연히 많이 나오지. 20만원 조금 넘게 나왔다.하지만, 건강이 우선이라는 마음으로 자위해야지 뭐 :-)
Tag 2009/10/15 14:17 #
형이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
dreamx 2009/10/15 15:54 # 삭제 답글
형.....잘 지내시는 줄 알았더니만..이런 사태가...ㅎㅎㅎ아까 메신저로 연락 주셨던데..그때 제가 점심시간이라 밖에 나가있는 상황이어서 답변을 못했네...
다음에 기회되면 또 연락주시고....
건강하게 잘 지내세용....^^
Noma 2009/10/15 16:35 #
어? 나 멧신저 들어간적 없는데. -_-스팸같다.
요새 엠에스엔 친구 아이디로 이상한 멧세지 자주 오던데, 그건가보네.
조심해라.
여전히 잘 지내보이는구나 :)
테픽 2009/10/27 13:08 # 삭제 답글
저는 멕시코에 온 지 두 달 정도 되었습니다. 8월 말에 왔는데 지금 10월 말이니까요. 멕시코에 올 목적으로 한국에서 충치 치료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제가 멕시코 가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고, 어쩌다 오게 되었지요. ㅋㅋㅋ 4월에 충치 치료를 한국에서 했습니다. 아는 지인분의 소개를 받아 싸게 치료했지요. 비싼 강남 동네에서 ㅋㅋ, 어쨌든, 여기 멕시코에 있는 동안 최대한 아프지 않으려고 노력중입니다.저는 지금 나야릿 주 할리스코, 푸에르타 델 솔에 살며, 테픽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버스로 직장과 집이 5분 정도 거리 ㅋㅋㅋ,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것까지 하면 약 25분 정도 걸립니다.
Noma 2009/10/27 16:25 #
아, 반갑습니다.멕시코에서 워낙에 한국사람을 못만나서 그런지 글만으로도 반갑네요. (근데 테픽이 어디죠? -_-)
저는 지금은 오아하까에 있습니다. 내일 산 크리스토발로 이동하려고 하구요.
가까운데 계시면 식사라도 같이 하고싶은데 가까운것 같지는 않군요.
아쉽네요 ^^;
테픽 2009/10/30 14:54 # 삭제 답글
테픽시는 나야리트(nyarit)주의 주도 도시입니다. 아마 검색해 보시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Noma 2009/10/31 05:32 #
아, 그렇군요. 식사를 같이 하기에는 너무 멀군요. :(
테픽 2009/11/01 12:09 # 삭제 답글
como esta usted Noma?네, 오아하까에 계시면 엉첨 먼 거리네요. 조금만 더 내려가면, 과테말라 국경지대이겠네요. ^^ 산크리스토발은 들어본 것 같은데 어딘지는 정확히 잘 ^^.
그쪽과 가장 근처로 여행한 곳은 누에보 바야르타의 해변가입니다. 멕시코에 온 지, 2주만에 갔었죠.
Noma 2009/11/02 02:32 #
이곳에 있는 친구들 중에 누에보 바야르타를 갔다온 친구들이 있는데 아주 좋다고 하더군요.저는 그쪽으로의 계획은 없고 이제 몇일 이곳에 더 있다가 빨랑께를 거쳐 칸쿤으로, 그리고 쿠바로.. 그렇게 이동하려고 합니다.
과테말라로 가게 되면 3개월 정도 머물 생각인데 그곳에 한번 놀러오시죠? :-)
테픽 2009/11/01 12:13 # 삭제 답글
음, 제 블로그 주소입니다.여기에 멕시코 소식을 올리려고 카테고리를 만들었기는 한데, 인터넷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까 ㅋㅋㅋ
별로 볼 건 없지만 구경해 보세요. 한 5년동안 관리해 온 블로그입니다.
http://blog.naver.com/abi2000
Noma 2009/11/02 02:29 #
휘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