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걷다(1) - 머리 속에 붙어있는 심장을 떼어버릴 수만 있다면 : 라싸(Lhasa), 티벳 세계를 걷다

 

#1. 꿈에 그리던티벳의 라싸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뱃속에서 꼬르륵신호를 보낸다. 무어라도넣어주지 않으면 신호의 빈도와 강도는 점점 강

해질 것이다.

가벼운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길을 나섰다.숙소 주변을 돌아보기 위한 탐색전 이라고나 할까? 오랜 시간 배

낭여행을 하면서 생긴습관이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숙소 주변을 돌아보며 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골이 될만한 식당을 찾는 것이다. 굳이 식당이 아니어도 좋다. 길거리 좌판에서 파는 군것질거리라도좋다.

든 싼 가격에 내 배를 채울만한 음식을 살 수만 있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을 각오가 되어있다. 한국에서 일주일에 두 세 번 맛 집

을 찾아 다니던 내게는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이라 했던가. 적은 예산으로 배낭여행을하고 

있는 나로서는 음식의 질보다는 얼마나 싼 가격에 내 배를 채울만한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 더 중요해져 버렸

.

저 멀리 구수한 냄새가 난다.먼저 아줌마의 인상을 확인한다. 이마가 넓고, 숯불로달군 기름에 감자를 튀기는 손이 두툼하다. 그래,

저 집이다. 빠른 걸음으로 아줌마 앞으로 다가가서는 감자 한 봉지를 급하게 집어 들었다.우리나라 돈으로 500원 정도하는 감자 한 

봉지를 집어 든 순간, 입 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2. 포탈라궁을마주한 체로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주저 앉아 알맞게 튀겨진 감자를 먹기 시작했다.

이미 포탈라궁으로 걸어오는 동안 세 개를 집어먹었다. 목이 말랐으나 물을 살 곳을 찾지 못했는데 포탈라궁 근처에 도착해보니 물

을 비롯해 각종 군것질거리들을 파는아줌마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는 그 곳을 지나가는 관광객들과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리고 있었

. 나는 그들중 가장 열심히 눈동자를 움직이는 한 아주머니에게 다가가서 물을 사서는 한번에 반 이상을 들이켰다. 그리고는다시 

길거리에 주저 앉자 한 시간 가량을 그렇게 멍하니 포탈라궁과 포탈라궁을 향해 절을 하는 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현존하는 

궁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포탈라궁. 지금은이미 유명한 인사가 되어버린 달라이라마가 거하던 곳. 티벳의 험난했던 역

사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한쪽은시커멓게 그을려져 있었다. 우리 또한 이미 전쟁을 두 번이나 경험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 그래서일까? 포탈라궁을 향해 절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일종의 경외감까지느껴졌다. 그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이곳까지 온 

것일까? 그들의신념과 종교는 과연 그들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을까? 신체의 다섯 부분(양 무릎, 팔꿈치, 이마)을 땅에 동시에 닿

게 하여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춰 부처님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오체투지를 보면서 그들이 바라는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언젠가는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 또한 마음속으로 그들의 독립을 위해 기도했다.





#3. 혹시나 했던고산병이 찾아왔다.

이미 지인에게서 고산병에 대한 경고를 받았음에도 부주의했던까닭이리라. 포탈라궁의 경의로움을 뒤로한 체 찾은 곳은 라싸의 중

심부라고 불리우는 팔각거리(八角街)였다. 팔각거리를 중심으로 링코르, 낭코르, 그리고 바코르로 나뉘어지는데 그곳에는 티벳의 

정교함이 묻어있는각종 액세서리들을 비롯하여 좌판에 널어놓고 파는 양고기와 야크고기, 세상물정에 찌든 나의 미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멋진 미소를 가진 라마승들, 그리고 팔각거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길거리 행인들에게탁발하는 사람들과 쉽게 마주

치게 된다. 돈 없는 배낭여행자들에게 가장 힘든 순간은 길거리에서 구걸을하는 사람들을 마주쳤을 때, 그리고 빵 냄새를 맡고 좆아

오는 동네 개들로부터 마지막 남은 빵 한 조각을지키기 위해 식은땀을 흘리며 빠른 걸음으로 도망쳐야 하는 바로 그 순간이 아니던

. 그렇게 수십 번반복되듯 마주하게 되는 미안한 마음을 뿌리치기라도 하듯 눈에 들어온 가게 안으로 도망치듯 몸을 들이밀었다.

각종액세서리들을 파는 곳이었다. 무심코 둘러보던 중에 마음에 드는 빛 바랜 황금색의 종()을 발견하고는 강한 인상의 티벳

(Tibetan)아주머니와 흥정에 들어갔다.

이런, 당황스럽다.

중국 재래시장의 토박이 장사꾼에게도 먹혔던 나의 서투른 듯순박해 보이는 미소가 먹히지를 않는다. 결국은 하나도 깎지 못한 제 

가격에 종을 사서는 가방에 매달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딸랑딸랑청명한 소리를 낸다. 마냥 신나는 기분에 세 시간 

가량을 그렇게걸어 다녔던 것이 결국 고산병의 화근이 된 것이다.

첫 날은 절대무리하지 말라고 지인들이 그토록 주의를 줬는데..’

해발 3500m가 넘는 곳을 적응하기도 전에 철없는 막내아들마냥신이 나서는 세 시간이 넘도록 천방지축 돌아다녔으니 어찌 보면 당

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엇 하랴. 머리는 이미 깨질 듯 조여 들었고, 누군가가 해머로 머리를치듯 주기적인 통증이 찾아왔다. 마치

머리에 심장이라도 붙어있는 듯 쉴 사이 없이 쿵쾅거리는 머리통을 할 수만 있다면 잠시라도 떼어 버리고 싶었다.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통증을 참기 위해 아스피린 한 알을 삼키고는 도미토리의 구석자리에 위치한 침대에 엎드린 체 이를 악물

던 나는 갑자기 미친놈처럼 티벳탄 아주머니에게도 통하지 않던 그 쓸모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까짓 고통쯤이야. 난 꿈에도 그리던 티벳에 와 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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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피를빠는재윤 2009/11/06 14:59 # 답글

    그동안 훔쳐 보기만 하다 덧글 남깁니다. 티벳이라니, 정말 부럽습니다! 세계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곳이니 비슷하겠거니라는 생각을 하고 살지만 티벳만은 정말 다를 거라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거든요. 고산병 조심하세요. 저 같은 경우는 술만 많이 안 마시면 고산병이 물러가더라고요.
  • Noma 2009/11/06 16:18 #

    티벳의 여행이야기는 몇년전 갔던 곳의 기억을 더듬어 쓴 글입니다.
    저 또한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티벳을 찾았더랬죠. 요즈음 사람들이 말하기를 티벳이 변했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티벳에 다시 한번 가고픈 그리움을 안고 삽니다.
    저는 2000m만 넘으면 고산병이 찾아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 히말라야 트래킹은 심한 고산병없이 잘 넘겼지 말입니다. :-)
  • 피를빠는재윤 2009/11/06 17:19 #

    아아 역시 예전이군요. 어쩐지 분명 멕시코라고 하셨는데... 라고 생각했어요.
  • 복숭아 2009/11/06 17:10 # 답글

    전 레에 비행기로 갔었는데요

    정말 기절할뻔했어요

    숙소정하는 일에 신경썼다가 하늘이 하얗게 ㅎㅎ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남초호수는 제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써도 될까요
  • Noma 2009/11/07 09:03 #

    전 레에 새벽에 도착해서는 완전 옷도 벗지도 못한 체 뻗어서 잠이 들었죠.
    하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에 들어온 하늘의 청명함이란..
    그런 맛 때문에 자꾸 오지로 가게 되나 봅니다. :-)
  • Tag 2009/11/09 12:44 # 답글

    오오~ 빨간 도포 티벳라마님 완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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